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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사우디 간호사

사우디 간호사, 계속 다닐까?

by 깡호사 2021. 12. 28.

사우디 살이 100일 차, 계속 다닐까?

지난번에 이어서 사우디 병원에 대한 장점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경력, 급여/복지, 근무환경, 교육, 자기만족 순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짧은 기간 동안 제가 느껴본 점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지만, 부서마다 저와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경력) 해외에서는 인정받는 경력?

한국에서 사우디경력이 어떻게 인정받을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다른 해외 간호사를 준비 중이라면 사우디 병원의 경력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곳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영어권이라 브로큰 잉글리시이긴 합니다. 하지만 본인도 영어를 잘 못하는 상황에서 바로 미국 현지의 병원에서 일하라고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이곳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에 처음 가서 일을 하면 영어를 못해서 무시받는 것도 많다던데... 그래도 이곳에서는 제가 아무 말 대잔치 인계를 주고 노티를 해도 다들 들어주는 분위기라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급여/복지) 그래도 월세는 안나가니까... 1년 60일의 휴가와 왕복 비행기표!

급여는 한국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10-20만 원) 정도지만, 한국에서는 자취를 해야 해서 월 50만 원 정도를 집값으로 내야 했어요. 그래도 이곳에서는 월세 5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으니까... 그것도 돈을 더 번다고 생각해야겠죠. 또 저는 3월에 휴가를 받아놓은 상태인데, 6개월에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받는다는 것, 또 비행기표도 지원이 된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개월만 있으면 한국 간다는 생각에 지금도 힘이 많이 나거든요!

(근무환경) 분위기는 확실히 좋다

병동에서 근무한 지 2달 정도밖에 안됐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프리셉터, 병동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병동에 한국인이 혼자라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다들 한국을 좋아해서 k-pop, k-drama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도 많이 떨어요. 한국에서 신규간호사는 올드 선생님들의 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는 모습과 적당히 쭈굴 해지는 것을 미덕으로 보지만, 이곳에서는 (물론 다른 사람일 도와주면 좋아하지만) 신규의 일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경력직으로 왔지만, 제가 라인이라도 잡으려고 하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다들 와서 라인을 다 잡아주더라고요. 바빠 보이면 다들 도우면서 일하는 게 좋았어요.
또 doctor들과의 관계또 아주 좋습니다. 밤늦게 PRN처방때문에 당직에게 두번이나 전화를 해야했는데, "No problem~"하고 쿨하게 오더를 내주기도 하고, 매일 환자 라운딩을 돌면서 담당간호사에게 환자 컨디션에대해 묻거나, 걱정되는 것 없는지, 담당간호사 생각에는 퇴원을 보내도 될 것 같은지 등 물어보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수직관계라고 생각되었는데, 여기서는 (한국보다)수평적인 관계라고 느껴졌습니다.
요즘 감기에 걸려서 몸이 안좋았는데, 출근을 못할정도는 아니어서 출근을했었어요, 그런데 다들 몸 안좋은데 왜 출근했냐며 바로 병가를 쓰라고해서 이틀의 병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39도가 넘어도 병원에 출근을 해야했는데 다들 거리낌없이 병가를 쓰라고 해주니 감동이었어요. 눈치안주는 병가는 정말 최고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1년에 30일정도 병가를 받을 수 있음)

(교육) 질좋은 교육프로그램, CRN교육

이곳에는 CRN이라는 직책이 있는데, 간호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입니다. 매년 통과해야 하는 술기들도 있어서 꼭 신규들 뿐만 아니라 모든 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처음 병동에서 환자 assessment 술기를 보는데, 쉽게 예상했는데, 직접 환자에게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자 사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 + 시험을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4년의 경력이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었던 책에서만 보던 assessment를 여기서 제대로 배웠습니다.
또 병원에서 제공하는 교육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교육참가하라고 하면 강사도 수강생들도 의욕이 없어서 거의 졸고만 오는 교육이 대다수였는데, 이곳의 교육의 질이 너무 좋았습니다. 강사도 제대로 준비를 해오고 적극적으로 강의를 해줘서 많이 배워올 수 있었습니다. (과장해서) 돈을 주고 듣고 싶을 정도의 고급 교육이었어요.

(자기만족) 영어하면서 해외에서 일하는 나, 멋져

가끔 혼자 나르시즘에 빠져서 해외에서 영어로 일을 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 나 쫌 대단한데? 하는 자아성취감. 해외에서 일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도 계시고, 또 먼 훗날 '내가 사우디에서 오일머니 좀 벌어왔는데~'라고 떠들고 다닐 모습을 생각하면 괜히 뿌듯해지는 것도 있거든요.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 자체도 쉽게 한국인들이 여행을 올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도 하고요. 이 기회에 중동 여행도 많이 다니면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사우디 병원 계속 다닐까?

전에는 '후회없는 삶을 살자!'라고 다짐했는데, 요즘은 내가 선택한 모든 길이 후회가 없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미 프로 베이션 기간이 지나고 계약서를 쓴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기대했던 만큼의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최소한 한국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만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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