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다니는 사우디 병원에서는 1년의 60일의 유급휴가와 왕복 비행기표를 준다. 병동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6개월에 한 번, 30일정도를 다녀온다. 나는 3월달에 엔클렉스 시험을 본다고 10일 휴가를 쓰고 5월에 한국에 다녀오기로 계획을 했다. 9월에 입사를 했으니 조금 늦게 첫 한국 휴가를 가게 된 것이었다.
휴가 4일 전, 코로나 확진
비행기를 타기 4일 전, 기침이 심해 잠을 자지 못했고 sick leave를 내고 검사를 받았다. 사실 코로나일거라고 의심은 1도 안했고, 근무가 너무 빡세서 쉬고싶어서 검사를 받으러 간 것이었는데, positive가 나왔다. 정말 청천벽력같았다. 부산에 놀러가려고 계획한 비행기, 숙박, 서재페,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등을 모두 환불받아야 했다. 또 비행기표를 다시 예매해야해서 70만원을 내야했다 (손해만 100만원이 넘었다...)
눈물의 자가격리..그리고 몇 주를 더 일을 하고 6월에 한국에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다. 매일 약속이 있었고, 매일 술을 마셨다, 정말 every single day..
사우디로 돌아가기 하루 전, 여권분실, 공항택배 분실, 금귀걸이 분실
매일 약속이 있어 바쁘게 짐을 싸서 미리 공항택배로 큰 캐리어 두 개를 보내기로 했다. 출국 하루 전, 기내용캐리어 짐을 싸고있는데 여권이 보이지 않았다. 리엔트리 비자와 다른 서류들과 함께 여권을 넣어뒀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공항택배로부친 캐리어 두개를 찾아보려고 공항에 갔는데 거짓말같게도 캐리어 한개가 분실돼서 한개만 와있었다. 분실된 캐리어는 다음 날(출국날)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여권이 있는지 확인해야해서 한시라도 빨리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출국 30시간 전,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공항을 3번 왕복하는동안 귀를 만져보니, 금귀걸이 하나가 없는 것을 알았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눈물이 났다.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고 뭘 해야할지 감이 안잡히고 너무 속상했다. 그 때 코사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쭉 알려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대표님의 말씀대로 널매에게 연락했다. 널매는 휴가중이었고 커버링널매는 답이 늦었다. 휴가중이라 펄산과 연락도 힘들었고, 펄산은 좀 기다려달라는 날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내 티켓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대환장의 30시간이었다.
+) 혹시 여권을 분실했다면, 누군가 우체국에 보내서 집으로 보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경찰청 유실물 센터에서 검색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 긴급여권은 사우디에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우디 출국시에만 부분적으로 인정이 된다고 함. 입국시에는 x
다시 본가로, 불편한 기다림의 연속
결국 나는 비행기를 못 탔다. 월요일에 바로 시청에가서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다. 매일 바쁜 휴가였지만, 이 때부터는 집에서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휴가가 하루하루 깎인다고 생각돼서 하루하루 가는게 불편했다. 여권을 받고, 널매도 휴가에서 돌아오고, 이드 홀리데이도 끝났다. 그리고 결정된 것은 내가 티켓을 사서 복귀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 여권을 재발급받고 다시 사우디에 돌아가게 되면, 리엔트리비자에 있는 여권넘버와 재발급받은 여권넘버가 달라 문제가 될 수 잇다. (저장해둔)잃어버린 여권의 사본을 같이 들고 들어가면 사무실에서 확인을 하고 무사히 사우디 입국을 할 수 있다.
27시간의 여정, 130만원, 수하물 45kg->35kg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표를 다시 예매해야 했을 때도 70만원을 내야했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도 130만원을 냈으니 이번 휴가는 거의 내 돈으로 티켓을 산 셈이 되었다. 130만원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날짜의 비행기편을 보니 같은 비행기편이 300-400만원대였다. 이게 가장 최선이었다. 새로 산 티켓의 수하물은 35kg였다. 기존의 티켓은 45kg였는데 짐을 다시 싸야했다.
까다로운 에티하드 항공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공항 인력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에티하드 항공이 까다로운 건지, 기내용과 수하물 기준이 굉장히 엄격했다. 35kg가 규정이었지만 짐이 36-37kg정도였다. 괜찮겠지 생각하고 공항에 갔는데, 1kg초과당 5만원정도의 금액을 내야했다. 결국 짐을 조금 줄여서 다시 본가로 보냈다.
통상 기내용캐리어+백팩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에티하드는 기내용캐리어or백팩 1가지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고 무게도 7kg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꼼수로 좀 더 무겁게해서 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아부다비에서 레이오버로 호텔에 갔다가 다시 입국장으로 들어와야 했는데, 그 때도 7kg무게를 재고 넘는 것은 버리거나 택배를 부쳐야한다고 했다. 내 짐은 7.7kg라서 봐주었지만 앞에 사람들을 보니 8kg부터는 봐주지 않았다.
정말 긴 여정, 대환장 파티의 첫 휴가였다. 나도 돌아가지 못해서 속상했는데, 인력이 없는 병동 그리고 나 때문에 바뀌어질 듀티를 생각하면 병동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이었는데 차지간호사나 다른 동료들이 메세지로 격려를 보내줘서 너무 고마웠다. 한국이었으면 아마 퇴사날까지 이 일로 욕을 먹었을텐데, 이건 accident라며 we are here for you 라고 보내줬던 차지널스에게 너무 감사했다. (출근을 하니, 애들이 내가 안돌아오는 줄 알았다며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첫 한국휴가였다. 앞으로는 작은 가방에 모든 것(특히 여권)을 보관하고 출국 전날에는 집에서 차분하게 짐을 싸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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