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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사우디 간호사

사우디 간호사 1년차의 하소연...(+재계약)

by 깡호사 2022. 8. 29.

사우디에 온 지 거의 일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다른 부서나 닥터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말을 못알아듣겠으면 신규찬스를 쓰기도 한다. "나 자디드(신규)라서 몰라.." 경력직으로 들어왔으니 일도 꽤 알 법 한데, 생소한 검사/절차/부서가 너무 많아서 아직도 힘들다. 사우디 일년기념으로 써보는 신세한탄 블로그!

생소한 부서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보호자와 의사소통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듬더듬 아랍어로 열심히 소통하려고 하는 나와 달리 그 보호자는 "몰라, 나 너 말 못알아듣겠으니까 아랍어 할 줄 아는 사람 데려와."로 아예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다들 바쁜 상황에서 별것도 아닌 통역(대충 퇴원 언제가냐, 언제 나갈 수 있냐 이런거 물어봤던듯..)때문에 다른사람을 부를 수도 없었다. 나도 짜증이 나서 "슈와이야! 다끼까!" 소리치면서 한국말로 험한말을 중얼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잠시 뒤 한 사우디 정통복장을 입은 직원명찰을 단 직원이 나에게 와서 그 환자 퇴원은 언제가냐, 하는 질문을 했다. 의사 회진이 지난 후여서 의사냐고 물어봤더니, 직원은 "배드 매니지먼트에서 나왔다"라고 했다.
내가 그 보호자에게 소리쳤던 기억이 스쳐지나가면서 bad management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bed management라는 부서가 있었고 환자들의 퇴원등을 관리하면서 병상가동률 등을 보는 부서였다.

bed management 뿐만 아니라, patient experience, patient relationship, social worker 등 부서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협조할 부서가 달라서 좀 헷갈린다.

가장 힘든 것, OT

코사에서 교육을 받을 때, "사우디 오버타임도 돈으로 다 준다"고 했을 때, 당연히 나는 오버타임을 나의 업무시간 이외에 플러스로 일하는 시간을 시간당으로 준다는 건 줄 알았다. 한국에서 병원을 다닐 때 20-30분 정도 하루에 오버타임을 하면 나중에 합산해서 조금 더 돈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런 개념으로 이해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이 곳에서의 오버타임, OT는 28일 듀티표에서 15일을 초과해서 일하는 것을 오버타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버타임이 2-3개 있다라고 하면 28일 듀티표에서 17-18개를 근무하는 것이다. 초과근무를 해서 받는 돈인 것이니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이다.

병동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병동은 내가 일하는 1년 내내 4-6개의 오버타임을 하고있다. 28일 근무표에서 19-21개를 하는 것, 즉 쉬는 날은 7일. 그리고 우리 근무는 12시간 이교대이다. 처음 병원에 오면 들어야 하는 교육들도 많은데 교육은 보통 내 오프날에 가야한다(교육에따라 교육공가를 주기도 함..).

이번달 근무표, 교육을 빼면 이번달 오프는 7개다. 한국에서 삼교대를 했어도 8개 오프가 있었을텐데, 이교대에 7개 오프라니..정말 힘들었다. 휴가 다녀온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벌써 입술에 헤르페스가 났다.

오래 일한 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 이전에는 오버타임을 전혀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4-6개 오버타임을 하고 있고 이제 거의 3년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신규가 들어오는건 2-3달에 한 명씩, 그런데 그만두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줄을 선 상태이다. 아마 2-3년 동안은 계속 이렇게 오버타임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 SN1이 많이 그만두면서, 나에게도 계속 차지를 봐야한다는 압박을 주는데 이 것 또한 스트레스다..

사우디는 소아, 특수파트가 최고

다른부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누군가가 우리병원에 지원한다고 하면 나는 소아병동 or 특수파트를 추천한다. 성인 특성상 너무 약이 많고 검사가 많음+100kg이상의 거구들+uneducated성인을 두 명(환자+보호자) 상대해야함. 그런데 소아는 약 적음+대체로 가벼움+uneducated성인 한 명(보호자) 상대함. 나는(소아병동에서 일함) 소아병동으로 플로팅을 많이 가봤는데 대체로 분위기도 좋았다. 플로팅 온 나를 엄청 반겨주는 분위기였다. 특수파트는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일단 pay도 가장 세고, icu같은 곳은 1:1로 본다고 하니 정말 좋아보인다. 지금 나는 소아병동에서 근무중이지만, 와상환자, GCS 11/15환자, Seizure 계속하는 환자, feeding 3시간마다 하는 환자, suction 해줘야하는 환자들을 2-3명을 보는데, 가끔은 이럴 바엔 차라리 더 중증도는 높지만 1:1로 보는 ICU를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우디에서 대출받기 + 재계약

사우디에서 1억을 모아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 곳에 왔다. 막상 와보니, 휴가때 돈도 많이 쓰게되고 생각보다 돈이 안모였다. 요즘은 일이 한가하거나 집에 있을 때 재테크 책을 많이 보고 있는데, 읽다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왜 사우디에서 대출받을 생각을 안해봤을까? 생각해보면 여기서 대출을 받았다는 소리도 못 들어봤다. 한국에서는 지금 금리인상때문에 힘들다, 환율 상승 때문에 힘들다 곡소리가 나는데, 사우디에 있는 나에게는 환율상승은 이득인 것이고, 사우디은행은 종교적인 이유로 금리를 적게 받는다고 하니 이 또한 이득이다.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말레이시아 친구에게 대출에 대해 물어봤다.
"너 대출 안받았어? 은행계좌열때 직원이 안 물어봤어? 우리 말레이시아 애들은 거의 계좌 열리고 바로 대출받는데?"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말레이시아 친구도 "나는 대출 두 번 받았는데, 벌써 둘 다 갚았지!"

나와 이야기를 한 말레이시아 친구들 두 명은 집을 사기위해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100,000리얄을 보통 빌린다고 한다. 그돈이면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살 수 있다니...

대충 계산을 해 보았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인데,

  1. 25만리얄 대출 / 환율 1330원 : 66,666달러(1달러:3.75리얄 계산) = 88,666,665원
  2. 25만리얄 모으기 / 환율 1100원 : 66,666달러 = 73,333,3332원

아직 은행에 안 가봐서 이자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2-3%라고 한다면 약 5,000리얄 ~ 8,000리얄 정도이다. 즉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른 지금, 1100원일 때와 비교를 하면 15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1500원까지 오를 지는 모르겠지만, 1300원인 지금도 나는 충분히 높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재계약을 하기로 했으면, 지금 대출을 받아 환차익을 실현하는게 더 이득일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내가 대출을 받고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면 손실이 생길수도 있긴함..

무튼, 다음 오프때는 은행에가서 대출관련 정보를 얻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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