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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사우디 간호사

슬기로운 격리생활 시즌2 ) 한국으로의 첫 휴가가 취소된 순간

by 깡호사 2022. 6. 2.


2021년 9월, 사우디에 도착하고 유심도 사지 못한채로 끌려가서 뜻하지 않은 격리를 했었다.
2022년 5월, 한국으로의 휴가 4일 전, 코로나 양성이 뜨면서 뜻하지 않은 두번째 격리를 하게 되었다.

데이터가 없이 무작정 격리를 하던 때, 정말 무인도에 홀로 갇혀진 느낌이었다. 첫 날은 물도 못먹고 처참한 심정으로 잠들었는데, 그 당시에 나름대로 격리생활을 즐겁게 해보고자 "슬기로운 격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었다.
코로나로 인한 두번째 격리, 그것도 한국의 휴가가 바로 앞에 있는 상태에서의 격리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사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이라는 건 없다.. 첫 번째 격리도 우중충하고 어두운 기억임에 틀림없지만, 이번 7일의 격리는 눈물로 쓰여졌다.

이 사우디에서 간호사로 사는건 참으로 따분한 일이다. 휴가만 기다리면서 살던 나는 근무 10일 전부터 D-day를 세면서 한국으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침, 열감, 두통이 시작되었다. 데이근무 전 날, 기침을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2시 슈퍼바이저에게 sick leave를 쓴다고 전화를 하고 조금 눈을 붙였다. 캐시말란이 7시에 오픈인 줄 알고 시간에 맞춰 갔더니, 8시 오픈이라고 했다. 한시간동안 대기를 하고 RAT검사를 받았다. 코로나가 걸렸을거라고는 예상을 1도 못하고 얼른 식리브받고 집에서 쉴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과 positive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RAT검사 정확도 떨어지는 검사 아니었나요..? 이렇게 positive가 바로 나온다고요..? 청천병력이었다.

이렇게 휴가일정이 코로나로 변경 된 경우 크게 세가지 일을 해야한다.
1. 널매에게 보고, sick leave 7일 받기, 휴가 TRA 삭제 -> 다시 써야하니 휴가일정 다시 조정하기
2. 펄산과 이야기해서 비행기변경
3. 한국에 가서 여행가려고 예약한 숙박/비행기/콘서트 티켓 취소
간단해보이지만, 1번과 2번의 조율을 하는데 4일이 걸렸다.. 또 예약해 놓은 것들 취소수수료+비행기 리부킹 비용 총 100만원이 넘게 나갔다. 여행계획 다 짜놓은 것이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7일을 보낸 것 같다.

한국 가는 날 공항에서 코로나에 걸렸다면 얼마나 더 상황이 끔찍해졌을지 생각해보니 조금 긍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격리때와는 다르게 이번 격리때는 친구들이 있었다. 약, 커피, 밥도 차려준 엠마쌤, 아이스크림이랑 주전부리를 챙겨준 룸메쌤, 또 약이랑 주전부리, 쪽지도 써주고 나 대신 펄산에 가서 한국행 비행기 변경을 해준 인싸친구들 모두 너무 고마웠다. 또 코로나에 걸렸다고 부서 친구들이 한명씩 다 개인톡으로 격려의 문자를 보내줬다. 처음 포지티브 결과를 받고 병동에 전화를 했을 때 CNC아떼는 한국가는거 어떻게되냐고 안타까워해서, 울컥해서 엉엉울기도 했다.
다행히 널매도 2주 뒤 가장 빠른 비행기 타고 한국에 다녀오라고 해주었고, 21일 휴가를 26일로 늘려주었다. 결론적으로는 다 잘 풀렸다! 이제 다시 한국가는 날짜 d-day를 세야겠다. 더 이상의 다른 변수는 없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격리도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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