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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사우디 간호사

사우디 간호사 월급이야기

by 깡호사 2022. 4. 12.

사우디 아라비아에 오기 전, 사우디에서는 출신 국가에 따라 월급을 다르게 준다고 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사실이 크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대다수의 노동자가 한국인이라면 같은 일을 하고 다른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 불공평하겠지만, 나라마다 GDP가 다른데 모두의 임금을 모두 같게 한다면,

1) 기본급 200만원 => 상대적 가난한 나라에서 온 간호사가 많아질 것이고, 부유한 나라에서는 간호사가 안 옴

2) 기본급 500만원 => 재정문제

하는 문제가 생길테니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고려해서 합당한 월급을 준다는 것이 불공평하기는 하지만 국가 입장에서 이해가 되기는 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병원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국가별로 월급을 다르게 준다고 하니 이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온 것도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별 기본급차이

How your nationality impacts the Salary in Saudi Arabia? - Life in Saudi Arabia

How your nationality impacts the Salary in Saudi Arabia? - Life in Saudi Arabia

 

How your nationality impacts the Salary in Saudi Arabia?

Many of you might have seen people from different countries, doing the same job, receiving different salaries. The system of wages in Saudi Arabia is

lifeinsaudiarabia.net

직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구글링 해서 찾아본 바로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아쉽게도 한국이 포함된 자료는 찾지 못해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에 오기 전 코사에서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는 나라 분류 B에 속하며, A군에는 유럽, 미국, 호주 등이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모두 병원의 입장, 경제적인 입장에서 이해가 되었다. 또 병원뿐 아니라 다른 직군도 그렇다고 하니, A군에 미국, 호주, 유럽이라고 하니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사는 선진국이니 그러려니 싶었다. 

 

그런데 사우디에서 직접 겪어보니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 나라 분류라는 것이 경제적 수준(GDP)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Salary racism in Saudi

A군에 속한다는 유럽. 유럽연합에는 많은 나라가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부자 나라도 있지만, 체코, 그리스, 슬로바키아 같은 유럽 국가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나라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사우디에서는 그런 국가들도 "유럽"국가이기 때문에 우리 한국 간호사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는다. 나도 정확히 그 사람들의 월급을 모르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얼추 한국인의 2배 정도를 받는다고 들었다. 같이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같이 들었던 슬로바키아 친구는 본국에서는 17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500-6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니 너무 좋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2021년 GDP순위, 한국은10위이다.

얼마 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5,000달러를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는 5000만 명 이상의 국가들을 30-50 클럽이라고 하는데,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7번째라고 한다.

 

G7에 한국이 초대되고 국민소득이 35,000달러가 넘는데도 이역만리 외화벌이를 하러 온 간호사는 국가 분류 B군에 속해 동유럽, 남유럽 국가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이 국가 분류에 의한 월급 책정이 과연 경제적 수준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인종차별인 걸까?

 

정말 억울한 건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같은 노동에 다른 임금, 정말 분한 일이다. 나도 이곳에 왔을 때 이 병원에서만 9년 차로 일 한 내 프리셉터가 월급이 나보다 적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말레이시아 간호사는 같은 무슬림 국가여서 한국인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필리핀 간호사들은 병원 내에서 가장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필리핀 간호사들 마저도 본국에 비해 3-5배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간호사 연봉 = 154,563페소 = 3,544,500원

사우디에서 필리핀 간호사 연봉(약 4000 리얄 x12달) = 624,000페소 = 1,474,120원

필리핀 간호사들은 본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대략 5배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간호사 연봉 = 27,787링깃 = 8,084,627원

사우디에서 말레이시아 간호사 연봉(약 10000 리얄 x12달) = 34,899,600원

말레이시아 간호사 역시 본국보다 4배 이상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Registered Nurse Salary South Korea - SalaryExpert
(주)코사솔루션 (kosasolution.com)

 

한국 간호사 연봉 = 44,543,357원

사우디에서 한국 간호사 연봉 = 53,411,400원 

코사솔루션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봤을 때 연봉 1000만 원 정도 더 받는 걸로 계산이 되지만, 이는 스페셜리티 A로 계산이 된 것 같다, 또 재계약 보너스도 연봉에 계산을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사우디는 퇴직금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그럼 한국 간호사 연봉에는 퇴직금까지 넣어서 연봉을 계산하나..? 앞서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퇴직금과 보너스는 빼고 계산을 했으니 똑같이 월급으로 계산을 해보면,

보너스 다 빼고 스페셜리티 C인 경우 받는 월급은 11,750 리얄 = 3,858,582원 한국에서 받는 월급과 비교해보자면 30만 원 정도 더 받는 수준..(8시간 근무 VS 12시간 근무. 시급으로 따져보면....^^;;) 유급휴가 60일이 큰 메리트라 왔고 지금도 유급휴가에 만족하며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휴가를 잘 쓰지 못하는 다른 병동을 보면 그만두는 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상대적 평등 vs 절대적 평등

사우디라는 나라는 이미 절대적 평등은 접은 나라이고, 그럼 상대적 평등이라도 잘 지켜서 월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적 평등의 기준은 물론 GDP여야 할 것이고, 한국인 간호사의 월급도 올라야 한다. 왜 이렇게 당연한 걸 하나밖에 없는 우리의 코사에서는 솔루션을 내리지 못하는 것인지... '필리핀, 말레이시아 애들은 오래 잘 일하던데 한국인은 1-2년만 일하고 그만두더라. 이기적인 간호사들이 이곳에 와서 단물만 빼먹고 계약기간도 못 채우고 돌아간다'하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아무리 오버타임이 많고 일이 힘들어도 우리가 (말레이시아, 필리핀처럼) 본국보다 5배 정도의 월급을 받으면 그만둘까? 월 1500만원받으면 나같아도 10년, 20년 불만없이 일할거다. 

솔직히 월 1500만원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국가 분류 A = 유럽과 동일한 수준까지 받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코사에서 병원 측에 강력하게 요구할 근거(GDP)도 있는데 어째서 병원 눈치만 보고 한국인 간호사들이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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