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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우디 간호사

사우디 간호사 (중도)퇴사 결심이유

by 깡호사 2023. 3. 24.

사우디 간호사 생활 돌아보기

2021년 3월 코사에서 사우디 간호사 준비를 했고, 2021년 9월 사우디에 입사를 했다. 

입사 후 첫 6개월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병동마다 다르지만 우리 병동은 첫 6개월은 오버타임을 주지 않았고, 병원 적응 + 엔클렉스준비로 다른생각을 할 틈이 없이 조금 정신없게 지냈던 것 같다.

첫 휴가를 다녀오고, 또다시 6개월, 이 때부터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근무 여건은 점점 안좋아지고(신규간호사 안들어옴, 2-3개월마다 한 명씩 퇴사) 오버타임은 매달 점점 늘어가고, 병원에서 내게 요구하는 건 점점 늘어갔다. 불만이 점점 늘어가 2022년 12월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고 매니저와 DCN과 면담을 했고, 내 요구는 처참히 무시당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2023년 2월 (상당히 즉흥적으로) 사직서를 냈다. 

 

사우디에 오게 된 것, 후회하지 않는다. 나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꽤 좋은 시기에 사우디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환율이 꽤 좋은 시기였다는 점, 사우디 근무여건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완전 최악이 되기 전에 털고 떠난다는 생각, 사우디에 오는데 그다지 돈이 들지 않았고 정착지원금도 받을 수 있었던 점) 

 

퇴사를 하게된 기념으로 방출해보는 퇴사 결심의 이유를 써본다.

 

퇴사 결심1. 오버타임

말해뭐해...첫번째 이유는 오버타임. 병바병이지만 우리병동은 한 달 5-6개의 필수 오버타임을 해야한다.

이 말은, 28일 근무 스케쥴에서 12시간 근무를 20-21개 하는 것이다. 사우디에 오기 전 내가 생각했던 주 3-4일 근무, 한 두 달에 한 번씩 UAE나 카타르에 놀러가는 삶.. 이런 건 없었다. 12시간 근무에 나오데, 원오프밖에 없는 삶.. 병이 날 수 밖에없다. 

 

퇴사 결심2. 환자 간호사 ratio 

내가 온 초창기에 나는 1-3명의 환자를 봤다. 대부분 2명의 환자를 봤고 1명을 볼 때도 꽤 있었다. 그런데 신규간호사는 안들어오고 한 두 달에 한명씩은 퇴사를 하다보니 작년부터는 환자를 3명, 또 4명까지도 본다. 간호사가 점점 줄면 병실을 줄여서라도 ratio를 맞출 생각은 안하고 4명씩 보게 하면서 병상 오픈 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병원은 한국이나 사우디나 똑같았다.

 

퇴사 결심3. uneducated 사우디안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비를 내지 않고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private hospital의 경우에는 정말 잘 교육된 사우디안들이 간다고 하던데, 우리 병원은 정말...못배운 사람들이 많다. 무작정 고집을 피우고, 쇼파에 누워만 있는 보호자는 콜벨을 하루에 50번씩은 누르면서 간호사를 부려먹는다. 나는 한국에서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18을 외치고, 정말 쌍욕을 하면서 다닌다. 보호자와도 많이 싸워서(흥분해서 한국말로 그냥 욕해버림) 보호자들이 간호사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도 많았다. 환자/보호자와 싸우면서 정말 현타가 많이 온다. 내가 이런 걸로 보호자와 싸워야 하나? 이게 맞나? 하는 사건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aseptic 하게 c-line관리를 하면 뭘하는가, 보호자들은 환자 옷 갈아입힌다고 self disconnect해서 갈아입히고, 내가 nephro환자 IV 라인 확인한다고 NS 0.5ml를 푸쉬했는데, 그걸 왜 그렇게 빨리주냐고 엄마가 소리지르며 애기 수액 들어가고 있는걸 self remove해버림.. 피검사 하는데 피가 안나와서 좀 주사를 조정하는데 엄마가 그렇게 하지말라면서 손으로 내 얼굴 침, 애기환자 갑자기 안좋아져서 PRRT치고 환자 보고있는데 아빠 보호자는 쇼파에 누워서 총게임하는데 눈부시다고 불 끄라고 함 그러다가 환자 CODE BLUE되었는데 아빠 자고 있음. 그냥 별것도 아닌 일로 콜벨을 내 듀티에만 30번 넘게 누르는 환자,보호자, 이상한걸로 딴지거는 닥터는 내가 반박하니까 듣지도 않고 가버려서 닥터뒤에서 한국말로 쌍욕날림..자꾸 나 가르치려고 드는 사우디안 신규간호사)

 

물론 좋은 사우디안도 많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10명에 1명이 좋은 사우디안이었다. 

 

병원 안에서 뿐만 아니라, 병원 밖에도 정말 질린다. 우버를 타면 기사들 2-3명에 1명은 추근덕 거리면서 말을 걸고(마사지 해달라고 성희롱도 막함) 지난번에는 바이크타러 사막에 놀러갔는데, 사우디안애들이 위협적으로 모래를 계속 튀겨대서 20분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튀기는 모래 속에서 갇혀있었다. 집에와보니 귓 속 / 속옷 안까지 모래가 다 들어가있었음, 마스크 안에도 모래가 가득... 사운드스톰 공연을 보러가면 엉덩이 만지고 튀는 놈들도 너무 많다, 사우디안 남자 지능수준 초딩임. 

 

퇴사 결심4. 은근 짜증나는 동료들

병바병이고 사바사, 또 좋은 애들도 정말 많지만, 어딜가나 있듯이 짜증나는 동료들이 있다. 그래도 이건 좀 나은게, 한국이었으면 그래도 다들 올드라 싫은소리해도 내가 찍소리 못했지만, 여기는 해외라 올드가 싫은소리하면 나도 반박한다. 내가 잘못해서 반박을 못해도 나도 언성높이면서 짜증내고 뭐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짜증나는 건 짜증나는 것..

 

퇴사 결심5. 외노자 상대로 돈벌려고 하는 것 같은 제도들

해외를 나가려고 해도 리엔트리 비자를 신청해서 받아야 함(6-15만원정도), 사우디 간호사시험 (10만원정도) 내야 함, 리뉴할때도 돈내야하는 걸로 알고있음. 최근에는 병원에서 의료사고나면 책임 안져준다면서 각자 의료사고 보호해주는 보험을 각자 들으라고 함(15만원정도) 그리고 퇴사를 하고도 퇴사정산 돈 받기까지 6주는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은 사우디 밖으로도 못나가서 국내여행을 하거나 기숙사에서 6주를 있어야 하는데 6주 체류비용... 또 병원에서 뭔가 잘못을 하면(사소한 것도) 월급에서 감봉을 함. 

 

퇴사 결심6. 여기서 아프면 어떻게 되죠..?

사소한 식리브는 많이 쓰지만, 혹시라도 사우디에서 교통사고나거나(운전을 진짜 험하게 해서 교통사고 안난게 천운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 안좋은 일이 생겨서 수술이라도 해야되면 정말 큰일이다. 이 곳에서 수술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무섭다. 병동에 최근 laparoscopy로 수술을 한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흉터는 개복술 흉터였고, 그마저도 봉합이 안되어서 열린 수술부위로 소변이 새서 입원을 했다. foley를 꽂았지만 소변은 수술부위에서 밖에 안나왔고, 소변이 계속 나오니 상처 힐링도 안되고 총체적 난관의 환자였음..정말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겨서 수술을 하게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무서워서 있을 수가 없다.

 

 

앞에 말했듯이 사우디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좋은 점도 많지만, 단점들을 쓰다보니 정말 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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