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는 은행 계좌를 열면 매달 조금이나마 이자를 줍니다. 그런데 프랑스 은행들은 이자는 커녕 매달 계좌유지비를 내야 합니다. (계좌를 관리해주는 대가로...)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와 참 다릅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프랑스 계좌는 안쓰게 되면 바로 닫아야 합니다. 계좌를 닫지 않고 귀국하게 되면 계좌에서 돈이 자꾸 빠져나가게 되고, 나중에 프랑스에 다시 입국할 때 이 점이 문제가 되어 밀린 계좌 유지비를 다 내야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일을 끝내고 제가 살던 프랑스 리옹을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쭉 일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평소 월급은 수표로 받는데, 은행 계좌를 미리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 매니저님에게 말씀드렸더니 그만두는 9월 초에 8월 월급을 수표로 받고 나머지 9월 월급은 현금으로 받기로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9월 첫 주에 은행계좌를 닫으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다른 프랑스 체류중인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계좌는 닫을 때도 헝데부(예약)을 해야하고, 계좌를 닫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찾아보니, 프랑스에서 계좌를 못 닫고 한국에서 닫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보통 그런 분들은 학생비자로 와서 귀국 시 돌아받을 돈이 있어서 귀국 후 돈을 받고 계좌를 닫느라 한국에서 닫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은행마다 절차도 조금씩 다른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사용한 은행인 la banque postale 계좌 닫기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la banque postale을 이용한 후기는 아무리 찾아도 안나오더라구요. 누군가에게 이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행히도 la banque postale은행은 RDV 헝데부(예약) 없이 편지를 써서 계좌를 만든 지점에 내면 됩니다.

A4용지가 없어서..무지 노트에 적었습니다. 프린트를 해도 되고, 손글씨로 써도 된다고 합니다. 정해진 폼은 없는 듯 했고, 저는 이름, 성별, 생년월일, 국적,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등의 제 개인정보를 적었고 밑에는 통장번호와함께 '제목:계좌닫기'를 쓰고 작성하는 도시이름과 날짜를 적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000-0000-00계좌를 닫으려고 합니다. ~"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편지를 들고 은행계좌를 닫으려고 한다니까 직원분이 ATM기계에서 R.I.P을 뽑아오라고 했습니다. 지가 잘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해 하니, 직원분이 뽑아주셨습니다. 은행에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계좌에 남은 돈을 다른 계좌로 보내줄까?' 물어봐서 다른 계좌 없으니 다 현금으로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직원분이 인출정보를 적고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여권을 깜빡하고 안가져와서 다시 방문해야 했어요..남은 돈을 모두 빼실 분이라면 여권도 챙겨가세요.)
계좌에 1214유로가 남아있었는데 직원분이 처음에 1200유로만 뽑아준다고 했습니다. 혹시 내 계좌에서 빠져나갈 돈이 아직 안빠져나갈 수도 있어서 14유로는 남겨두자는 거였습니다. "빠져나갈 돈 없는데.."하고 제가 머뭇거리니까 그럼 1210유로 뽑아줄게! 했습니다. 현금으로 바로 주실 줄 알았더니 일회용선불카드(?)를 주셨습니다. 그 카드를 ATM기계에 넣으니 1210유로가 나왔습니다.
돈은 받았지만 아직 계좌닫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la banque postale본사에서 제 편지를 심사하고, 일주일 내로 우편물로 완료되었다는 편지를 준다고 합니다. 그래야 계좌닫기가 끝난 거라고 합니다!!
혹시 필요할까봐 계좌 가입 설명서랑 받은 서류, 편지들 다 챙겨갔는데 다 필요 없었습니다. 쓰고있는 카드도 내가 잘라버리면 된다고 합니다.
필요한 것) 계좌 해지 편지, 여권, 카드
이후 이야기)
한 주가 지나도 집에 해지 확인 편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급한 한국인은 다시 우체국에 찾아갔습니다. 해지가 잘 된거 맞냐 확인을 해달라고 하니, 해지가 안됐다고 합니다. 지난번 통장의 1214유로에서 1210유로만 빼줬는데, 남은 4유로 남짓한 돈이 있어서 닫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그때 돈을 다 빼주지 그랬어...)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ATM기계를 이용하거나 식당같은 곳에서 카드를 쓰면 바로 통장에서 빠지는게 아니라 하루 이틀 후에 빠지더라구요. 그런 절차 때문에 4유로 정도는 남겨뒀던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은행에 한 번 더 찾아가서 잔금을 다 받고나니, 다시 해지편지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종 이야기)
편지는 2 주가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미 살던 집에서 나온 상태라 같이 살던 집주인분에게 편지가 오면 알려달라고 부탁을 한 상태였는데, 2주가 지나도 못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미 리옹을 떠나온 상태라 제 은행계좌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담당자의 이메일을 알아두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담당자에게 계좌 닫는 것이 제대로 된 게 맞냐, 나는 불안하다. 라는 식의 불어편지를 썼고, 답변은 금방 왔습니다. <계좌 닫기 완료>!
프랑스에서 사는 건 정말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었지만, 그 중 최고는 은행업무라고 생각합니다. 계좌를 여는 것, 닫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더라구요. 그래도 직원분들은 친절하시니 모르는게 있으면 부딪혀가면서 물어보면 해결책을 찾아 주십니다! 의문이 생기면 은행으로 무조건 가보도록 하세요~!(집 가까운 은행에서 꼭 만드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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